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테슬라를 겨냥한 숏 포지션을 잇달아 공개하며 AI 버블론에 불을 지폈다. 반면 MS·메타·구글은 합산 7,250억 달러 capex로 낙관론도 여전하다. 오라클은 부채로 데이터센터를 짓다 25년 만의 주가 급락을 겪었다.
2008년, 아무도 믿지 않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를 예견해 영화 '빅쇼트'의 실존 모델이 된 남자가 있다. 마이클 버리. 그가 2026년 들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타깃은 부동산이 아니라 AI다.
시작은 5월이었다. 버리는 "가끔 우리는 버블을 본다"는 말로 AI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고를 던졌다. 그리고 한 달 뒤인 6월 말, 실제 행동에 나섰다.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겨냥한 새로운 숏 포지션을 구축한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8월 중순에는 급등한 AI 관련주를 향한 추가 숏 포지션을 또 한 번 공개했다. 그의 정확한 옵션 규모와 만기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13F 공시를 통해 포지션이 드러날 때마다 시장은 술렁였다. 2008년을 맞춘 사람이 이번엔 AI를 지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의 움직임은 매 분기 AI 버블론의 살아있는 증거처럼 인용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정반대 그림도 펼쳐지고 있었다. 8월 초 마이크로소프트·메타·구글이 한날 실적을 발표했는데, 세 회사의 합산 설비투자(capex)가 무려 7,250억 달러까지 불어난 사실이 공개됐다.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부문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자, 한동안 "AI 지출 비판론자들을 잠재웠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메타가 2026년 capex 하한선을 1,3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늘어난 지출이 잉여현금흐름을 갉아먹을 거란 우려가 곧바로 뒤따른 것이다. 같은 실적표를 보고도 누군가는 "결실이 보인다"고 하고, 누군가는 "곳간이 빈다"고 말하는 셈이다.
오라클의 사정은 더 극적이다. 상반기 내내 AI 클라우드 계약(RPO) 잔고를 발판 삼아 공격적으로 데이터센터를 늘려온 오라클은, 그 확장 자금을 대부분 빚으로 채웠다. 6월 28일, "AI 부채 한계"에 대한 우려가 터지면서 오라클 주가는 25년 만에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한 달 뒤엔 CoreWeave를 비롯한 다른 데이터센터 사업자들도 비슷하게 부채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2일 전에는 "데이터센터 붐이 부채 부담을 앞지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다시 던져졌다. 계약은 역대급으로 쌓이는데, 그걸 지탱하는 게 차입금이라는 이중적인 상황이다.
1년 전 MIT가 내놓은 "생성형 AI 파일럿의 95%가 ROI를 내지 못했다"는 연구는 지금도 버블론자들의 단골 근거로 소환되지만, 사실 이건 새 뉴스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진짜 봐야 할 건 4일 전 나온 분석이다. GPU 공급이 조만간 부족에서 과잉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신호. 만약 그게 현실이 되면, 지금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 빅테크들의 계산식 자체가 통째로 바뀐다. 버리의 다음 13F 공시가 나오는 날, 그가 포지션을 늘렸는지 줄였는지부터 확인해보는 게 이 논쟁의 가장 빠른 체크포인트일지도 모른다.